동학사 주지 경원스님의 불복장 이야기…"불복장은 타임캡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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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25.04.24 조회41회 댓글0건본문

형상화된 불상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점안이다. 이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형상만 갖추는 것이 아니라 생신(生身)의 위력을 갖추어야 한다. 생신의 위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불복장이다. 불복장과 점안이 있어야만 형상은 비로소 부처님이 된다.
점안의식과 불복장의식은 대대로 비밀스럽게 이뤄져왔다. 부처님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거룩한 의식이기에 일반에 공개하지 않을 뿐이다. 불복장의식은 워낙 비밀스럽게 진행되다보니 한동안 그 가치 또한 제대로 인식되지 못했다. 그나마 근래 들어 가치를 인정받아 전승해야할 문화유산으로 선정한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불복장은 사리구 외에도 각종 경전과 발원문, 의복, 귀한 물건을 함께 담았기 때문에 조성 당시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사료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입증했다.
이런 불복장의 전반에 대해 학술적으로 집대성한 책 <불복장의 비밀>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공주 동학사 주지로 있는 경원스님이 40여년간 연구한 불복장 관련 성과를 집대성한 것이다.
'불복장의 비밀' 책을 출간한 경원스님(공주 동학사 주지).
경원스님은 사찰별로 전승돼온 불복장과 관련한 맥의 정통성을 따질 이유가 없다며 스님의 맥은 동학사를 통해 내려온 '계룡산맥'이라고 이름했다. 경원스님은 20대 초반 동학사에서 호경 기환스님과 청봉 혜묵스님으로부터 불복장법을 배웠다. 그 후 오랜 세월 우리나라 불교문화유산과 불복장의 원향(原鄕)을 찾아 연구했다. 국내에서 국외로 눈을 넓혀 고대 불교문화 발상지인 인도부터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불교문화권을 순례하고, 관련 전시회와 학술조사에도 참가하며 불복장에 대한 깊이를 더했다.
경원스님은 “불복장은 불상에 생명을 불어넣는 의식을 뛰어넘어 현재 문화적, 학술적, 역사적 유산으로서의 큰 가치를 지니며, 미래에도 세계불교와 인류 사회 전반에 걸쳐 지침이 될 귀한 유산”이라고 했다.
불복장은 2~3세기 간다라 불상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7세기 경전인 <다라니집경> 권1에 불복장 의식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다. 후령통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창적인 복장물이다. <불복장의 비밀>은 당대의 불교 뿐만 아니라 주역, 천문, 지리, 역사, 예술, 정치, 경제, 출판, 복식, 음식 등을 밝혀내는 증거들이 타임캡슐처럼 담겨 있는 불복장의 세계를 보여준다.
[불교신문 3868호/2025년4월29일자]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