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사
동학사 ‘닭벼슬을 쓴 용의 모습’을 했다는 계룡산 동북쪽 기슭에 자리 잡은 천년고찰이다. 동학사는 지금으로부터 1,300여 년 전 신라시대 상원조사가 수행한 암자로 시작되었다.
그 이후 회의화상이 문수보살께서 강림한 곳이라 하여 청량사란 이름을 붙였고, 이후 고려시대 도선 국사가 사찰을 중창하였다. 그 이후 동학사로 이름이 바뀌며 역사의 흐름 속에서 흥쇠를 거듭하였다.
지금의 동학사 승가대학은 금강산 유점사에 있던 율봉스님의 제자 만화보선스님이 고종 원년(1864) 제자 호봉용암스님 등과 더불어 동학사로 옮겨와 대웅전·승당·요사·대방 등을 새로 중창하고 강원을 개설한 것이 동학사 강원의 전신이자 시초가 되었다. 근세 우리나라 선풍을 드날렸던 경허성우스님이 만화보선스님의 강맥을 이어 고종 8년(1871) 강백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데, 유교와 노장사상 불교경론을 두루 섭렵하여 당시 전국에서 학인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고 하는 전래가 있다. 또한 경허스님은 1879년 지금의 동학사 실상선원에서 견성(見性)하였다.
한국전쟁 이후 1955년 청봉혜묵(靑峰惠黙)스님이 주지로 부임하면서 경봉용국(鏡峰容國)스님을 모시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초의 현대식 비구니 전문 강원을 개설했다. 7년 후인 1963년 제1회 대교과 졸업생을 배출한 이래 동학사 승가대학은 승가와 사회에서 큰 역할을 하는 비구니스님들의 모교로, 지금까지 많은 학승과 수행자들을 배출하고 있다. 그동안 동학사에는 많은 선지식들이 주석하며 승단의 교육을 담당하였고, 그에 버금가는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지금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동학사 승가대학은 2011년부터 조계종단이 시행한 교육제도를 도입하여 명실상부한 대학의 면모를 갖추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양한 변화의 시류에 부응하는 새로운 교육방침을 수용하고 전통의 기존 강원교육 방식의 장점을 합하여 학인스님들을 지도하고 있다.
동학사는 학인스님들의 교육학습의 질을 높이고 더 큰 신심을 고양시키기 위하여 종단이 인정한 조계종의 교수아사리 스님들을 모셔 모든 학년의 내·외전수업 강의를 전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인들은 양질의 수업을 받음은 물론 승가 최고의 전문가들에 의해 불교에 대한 안목을 넓히며 성장해 나가고 있다. 내적으로는 전통적인 강원에서 배웠던 어록과 경전을 공부하는 데 있어서 승가 고유의 학습 방식인 '논강'의 장점을 도입하고, 외적으로는 현대식 교육을 받은 전문 교수스님들이 미래의 안목을 열어 대안을 제시하며 이 시대가 요구하는 철저한 자기 주도적 토론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동학사는 그야말로 온고지신하는 교육의 산실이다. 현재 치문반[1학년]은 치문, 한국불교사, 세계불교사, 계율Ⅰ, 초기불교의 이해, 대승불교개론, 사집반[2학년]은 서장, 선요, 절요, 도서, 선학개론, 대승불전Ⅰ, 대총상, 선가귀감, 사교반[3학년]은 금강경, 능엄경, 선어록Ⅰ, 간화선의 이해, 대승불전Ⅱ, 유식사상, 중관사상, 화엄반[4학년]은 화엄경, 화엄사상, 천태사상 등을 수학하고 있다. 그리고 전 학년 공통으로 불교상용의례와 영어 등을 공부하고 있다.
또 한편, 현시대에 맞는 수행자이면서 재가불자를 이끌어 갈 사표의 역할에 부족함이 없도록 하는 운영지침을 강구하고 있다. 따라서 본연의 임무와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지도하기 위해 꼭 필요하고 적절한 교육과정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하나의 예로 구르지예프가 우주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이해하고 자기 삶이 객관적인 목적을 알도록 일깨우는 수련중심으로 발전시켰던 에니어그램을 도입하여 자신의 성격을 이해함으로써 자기 계발과 성장의 기회를 얻도록 하는 특강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특강은 자신의 재능과 소질을 좀 더 발휘할 수 있고 기질적 지혜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이는 내적 여정을 통해 자신 속에 있는 성격을 균형 있게 발전시켜 인격적 통합을 이루도록 해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에서 나와 상대의 차이를 인정하고 수용하며 공동체로서의 다양성, 균형성, 통합성을 이해함으로써 시너지를 만들어 갈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커리큘럼들은 우리 삶의 에너지에 대한 균형을 이루게 하고 참 자기를 발견하도록 안내하며, 통찰적 지혜를 통해 마음의 자유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다양한 공부와 수행을 병행하는 데 있어 수행자의 건강과 여가 활용도 크게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선무도와 사군자, 서예도 함께 배우고 있으며, 본 강원의 원훈 중 하나인 이타적인 실천을 위해 사회복지시설 봉사 및 수계 봉사, 각종 기관에 자원봉사 활동을 참여하여 이웃들에게 부처님의 법을 전하고 있다. 전통의 강원교육방식과 더불어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호응하는 새로운 교육프로그램과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는 생활 수행까지 겸하고 있기에 동학사는 그야말로 敎와 禪을 함께 아우르는 實踐行을 실현하는 교육의 장이다. 공부해야 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공부가 즐거우므로 스스로 찾아서 하는 동학사 승가대학 학인들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
동학사를 지나던 한 도인이 지었다는 게송이 동학사 한켠의 돌에 새겨져있다.
東方精氣生佛天
鶴亦願舞諸佛下
寺僧心念通佛靈
刹那見性成佛地
동방의 정기가 부처님의 하늘에서 생겼났나니
학 역시 모든 부처님 아래 춤추길 원하였도다
절 승려들의 마음이 부처님의 영지에 통하니
찰라에 성품 깨닫고 부처님의 지위 이룸이라
앞뒤 한 글자씩을 이으면 東鶴寺刹天下靈地이다. 부처님의 혜명을 잇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수행하는 학인들의 도량. 부처님을 뽑는다는 선불장(選佛場)이 바로 동학사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