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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簣와 初步의 가르침 - 치문반 보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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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26.07.31 조회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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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簣와 初步의 가르침

                                        치문반  보섭


안녕하십니까.

저의 설법 주제는 ‘一簣와 初步의 가르침’입니다.

  『치문』 가운데 성총 스님께서 쓰신 서문 구절을 통해, 제 수행을 돌아본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正如爲山九仞에 必俶乎一簣오 行詣千里에 實昉乎初步니 

   捨一簣初步하고 望九仞, 論千里면 雖三尺이라도 亦知其無能爲也리라.

                                                                        「敍註緇門警訓」


    “바로 높은 산을 쌓는 데에는 반드시 한 삼태기에서 시작하고, 천리길을 걸어 다다름에는 실로 첫걸음에서 시작하는 것과 같으니,

   한 삼태기와 첫걸음을 버리고 구인의 산을 바라거나 천리 길을 논한다면, 비록 삼척동자라 할지라도 또한 그것이 능히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리라.” 


  위 말씀은 제 마음을 가장 많이 돌아보게 하는 구절입니다.  출가하기 전, 불교 방송에서  


    “사람 몸 받기 어렵고, 불법 만나기 어렵다 (人身難得 佛法難逢)”


  라는 법문을 들었습니다.  그 한마디가 제 마음을 크게 흔들었습니다.

  ‘인생의 절반을 살아온 지금, 남은 생을 이 귀한 불법을 배우고 닦는데 바치지 않는다면 언제 다시 이런 인연을 만나겠는가.’

그 마음이 출가의 인연이 되었고, 출가하고 나니 감사한 마음이 컸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 마음속에 또 하나의 마음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바로 ‘조급함’ 이었습니다.

‘나는 너무 늦게 출가했다’, ‘남들보다 뒤처진 것은 아닐까’, ‘하루라도 더 빨리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늘 제 마음을 앞서가게 만들었습니다.  

  강원에 들어와 공부를 하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자를 배우고, 경전을 익히고, 법문을 들을 때마다 다른 스님들과 저를 비교하기도 했고, 도반들이 한 걸음 나아가면 저는 두 걸음, 세 걸음 앞서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제 마음을 돌아보니, 저는 공부를 잘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빨리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제 마음은 늘 지금 펼쳐져 있는 경전보다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제 마음을 붙잡아 준 것이 바로 “아홉 길의 산도 한 삼태기의 흙에서 시작된다.” 큰 산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천 리 길도 첫걸음에서 시작된다.” 아무리 먼 길이라도 첫걸음을 떼지 않으면 영원히 도착할 수 없습니다.

그 말씀을 읽으며 저는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천 리 길을 가고 싶어 하면서도 첫걸음을 소홀히 하고 높은 산만 바라보며 오늘 옮겨야 할 한 삼태기의 흙은 놓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부처님의 가르침도 다르지 않습니다.

수행에는 지름길이 없습니다. 깨달음에도 순서를 뛰어넘는 방법은 없습니다.

한 글자를 배우고, 한 구절을 익히고, 하루 정진하고, 하루 참회하는 일이 쌓여 결국 큰 수행이 되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강원의 4년 과정도 바로 이러한 가르침을 몸과 마음으로 배우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는 『치문』에서 출가자로서의 기본을 배우고 있습니다. 하심을 배우고, 위의를 배우고, 경전의 기초를 익히는 이 시간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첫걸음이며, 가장 단단한 한 삼태기의 흙입니다.

  그리고 사집에서 수행의 기틀을 세우고, 사교와 대교(화엄)로 나아가며 부처님의 깊은 가르침을 배우게 됩니다.

  하지만 그 어느 과정도 건너뛸 수는 없습니다. 치문을 건너뛰고 대교로 갈 수 없듯이 첫걸음을 떼지 않고 천 리를 갈 수 없고, 한 삼태기의 흙을 쌓지 않고는 큰 산도 만들 수 없습니다.

  이 말씀을 되새길수록 저는 늦게 출가했다는 사실보다 오늘 해야 할 공부를 충실히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씨앗도 심자마자 꽃을 피우지 않습니다.  물을 주고 햇빛을 받고 계절을 견디는 시간이 있어야 비로소 꽃을 피웁니다. 수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의 공부가 내일의 공부를 만들고, 오늘의 정진이 내일의 수행을 이룹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빠르게 가는 수행자보다 바르게 가는 수행자가 되고 싶습니다.

조급한 마음이 올라올 때마다 오늘의 첫걸음을 더욱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도반과 비교하기보다 제 공부와 수행에 충실하겠습니다.

한 권의 경전을 더 읽고, 한 번 더 절하며, 한 번 더 제 마음을 돌아보겠습니다. 그리고 치문반의 본분에 충실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겸손하게 수행의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끝으로 붓다선원 진경스님의 『나로부터의 자유, 세상을 비추다』에 나오는 부처님의 말씀을 함께 새기며 설법을 마치고자 합니다.


    “비구들이여, 부지런히 정진하여 지혜를 성취하라. 사람 몸을 받기 어렵고, 부처님을 만나기 어렵다. 선한 마음을 일으켜 수행을 결심하기도 어렵고, 출가의 길을 걷기도 어렵다. 또한 정법을 만나 법을 듣고 이해하는 일 역시 쉽지 않다.”


  이 말씀처럼 우리는 이미 사람 몸을 받았고, 더욱 귀하게도 출가의 길을 걸으며 부처님의 정법을 만나 배우고 있습니다.  이보다 더 큰 복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조급함에 흔들리기보다 오늘의 첫 걸음을 소중히 여기며 한 삼태기의 흙을 정성껏 나르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며, 언젠가 정법을 널리 전하는 출가자가 되도록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






의정부 성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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