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만든 감옥에서 나오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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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25.04.21 조회4회 댓글0건본문
스스로 만든 감옥에서 나오는 길
사교반 법륜
삼성각 부전 소임을 맡게 되었을 때, 저는 많은 변화 속에 놓여 있었습니다. 예전에 비해 달라진 환경과 책임 속에서 특히 제사 준비라는 낯선 업무는 저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겠지’라는 단순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실제로는 처음부터 새로 배워야 하는 일들이 많아 정신없이 바쁘고 힘든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중, 주지스님께서 말씀하시는 것마다 저는 혼나는 것처럼 느껴졌고, 점점 위축되어 갔습니다. 칭찬받고 싶고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커질수록 실수는 더 많아졌고, 실수할까 두려워 몸도 마음도 얼어붙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옆에서 수월하게 척척 하는 도반스님에게도 부러운 마음이 들었고, ‘왜 나만 이렇게 괴로운가?’라는 생각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도반스님도 지적을 받는 모습을 보았지만,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는 제사 후 조심스럽게 도반스님한테 “혼나면 무섭지 않아요?”라고 물었고, 도반스님은 “혼내시는 게 아니라 알려주시는 거예요. 내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괴롭지 않아요”라고 답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제가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혼남’이라는 생각 속에 갇혀 있었던 것은 저 자신이었고, 사실은 배움의 과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교반으로 올라온 후에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대한 두려움은 여전했지만, 이제는 그 마음을 조금 더 빨리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수업 시간에 주어진 질문에 각자 답을 하는데 제가 “잘못 대답해서 혼날까 봐 대답을 못 하겠다"라고 말씀드리자, 스님께서는 “그게 무슨 혼나는 거냐. 잘못 알고 있는 게 있으면 오히려 제대로 알고 배우는 기회다. 그러니 지금,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이 제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금 배우고 있는 금강경의 대지(대의)가 “파이집 현삼공, 즉 아집, 법집을 파하고 아공, 법공, 구공을 드러낸다."라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잘하고 싶고, 칭찬받고 싶고, 혼나기 싫고 등등 이러고 싶고, 저러기 싫은 욕심과 집착으로 스스로를 힘들게 했다는 걸 다시 말해서 나 스스로 만든 욕심, 집착이 나를 괴롭게 하는 주범이란 걸 어렴풋이나마 알게 됐습니다.
예전엔 “배움에도 시절 인연이 있다."라는 말을 머리로만 이해했지만, 이제는 그 인연이 제게 도래했음을 마음으로 느낍니다. 실수하고, 지적받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그 속에서 배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후배 스님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저처럼 혼나는 것이 무서워 스스로를 괴로움과 집착에 가두지 말라고요. 오히려 더 많이 실수하고, 더 많이 부딪히며, 그렇게 단단해지는 자신을 만나길 바란다고요.
앞으로도 저는 배움에 게을리하지 않고, 실수하고, 지적받고, 그 속에서 수행 정진해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르침 속에서 저를 성장하게 해주신 부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