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회 졸업생 사은회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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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학사 작성일2025.01.13 조회122회 댓글0건본문
존경하고 사랑하는 어른스님들 전에 올립니다.
차가운 겨울바람에도 꽁꽁 언 눈들이 다 녹을 만큼 따듯한 어른스님들의 사랑이
저희의 마음에 향기로운 꽃송이를 피워 지금 여기, 오늘의 이 시간을 이루었습니다.
동학사에 이제 막 조심스러운 첫발을 내딛었을 때,
’강원 생활 잘해라‘ 하고 말씀 해주셨던 회주스님의 부드럽고 온화하신 음성을 기억합니다.
이제는 눈에 익다 못해 어느새 정이 들어버린 동학사 도량의 구석구석과,
어린 아이가 된 듯 마냥 즐겁고 행복할 수 있었던 철없는 시간들을 기억합니다.
또, 지난 겨울의 눈을 닮아 새하얗고 깨끗했던 한잔의 매화차 향기와,
활자 사이로 활발발하게 살아 숨 쉬며 따끔하게 파고들던 조사스님들의 경책과,
갈팡질팡하던 발걸음을 돌려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걷게 해주신 빛나는 가르침과,
진정한 수행자란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시던 맑은 계향과,
온 우주 법계의 무수한 별들 가운데 깨달음의 별을 가리키시며
진정한 공부인의 마음가짐과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법을 일깨워주시던
소중한 시간들을 기억합니다.
애써 좋은 기억을 찾으려 하지 않아도 함께 계셔 주셨던 모든 순간이 행복으로 떠오릅니다.
염려와 기특함이 묻어있는 눈빛으로 바라보시는 어른스님들께 인사드리던 어리숙한 치문반은
벌써 이렇게 졸업을 앞둔 화엄반의 이름으로 인사를 드립니다.
아직도 비가 오면 온몸이 흠뻑 젖고 살랑바람이 불어와도 휘청이는 부족한 저희들이지만,
이젠 아늑한 울타리의 문을 열고 망망대해로 노 저어 가려 합니다.
4년 동안 바라보았던, 너무나도 닮고 싶었던 우리 동학사의 모든 어른스님들과
스님들께서 전해주신 소중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른 길잡이로 삼아
동학인으로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저 해탈의 언덕으로 당당하고 올곧게 나아가겠습니다.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을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스님들께서 아낌없이 주셨던 사랑과 자비를
저희 또한 많은 이들에게 회향하는 참된 제자, 그리고 수행자가 되겠습니다.
그런 저희를 부디 오래, 오래.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기를, 행복하시기를 부처님 전에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2025년 겨울, 졸업반 구배_()_